본문/내용
이 책의 기원은 저자가 1989년 여름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기고한 “역사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거기서 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군주제, 파시즘, 그리고 공산주의 같은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리게 됨에 따라서 지난 수년간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의 이데올로기적 진화의 종점”이나 “인류 최후의 정부형태”가 될지 모르며 따라서 자유민주주의가 “역사의 종말”이 된다는 것이다. 즉 이전의 여러 정부형태는 내제된 결함이나 불합리성으로 인해서 결국 붕괴될 수 밖에 없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근본적인 내부모순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는 대부분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자유와 평등의 2대 원칙이 불완전하게 작용하는 데 있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의 원칙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더 이상 개선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 종말’에서 말하는 역사란 통사적 의미, 즉 역사적 사실의 발생 자체가 아니라 일관된 진화의 과정으로서 역사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역사의 종말이란 진화 과정의 종말을 뜻한다. 역사를 하나의 일관된 진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은 헤겔에서 유래했고, 그에게서 이와 같은 역사 개념을 빌려 온 마르크스에 의해서 일상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헤겔도 마르크스도 인간사회이 진화가 한없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며, 인류가 가장 심오하고 근본적인 동격을 충족시켜주는 형태의 사회를 실현했을 때 인간사회의 진화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믿었다. 최후의 이상향이 각각 자유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라는 차이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 모두 “역사의 종말”을 기정사실로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후쿠야마 역시 동감하고 있다. 비록 역사 발전에 관해 무수히 많은 논란들이 존재하지만, 그에게 역사의 진화과정은 결코 무작위로 발생하거나 이해불능의 과정이 아니다.
후쿠야마는 인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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