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설명
최인훈 희곡에서의 무대지문, 말더듬이, 침묵, 그리고 음향효과가 지니는 연극성에 대한 글입니다.
최인훈희곡
본문/내용
2.1. 무대 지시문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와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에서는 나오는 지문들이 아주 길다.
깊은 산속의 밭머리
처녀가
김을 매고 있다
큰 소나무가 드문드문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
시끌짝한 매미 소리
처녀
가끔
구름을 쳐다본다
다시 김을 맨다
무엇인가 기척을 살핀다
그 언저리에
아니면 어딘가
멀리서
숨어서 엿보는
누군가를 느끼듯
한참씩 김매기를 멈추고
듣는다
매미 소리뿐
이런 시늉을
거푸 하면서
김을 매 나간다
구름, 소나무. 바위 따위
十長生圖(십장생도)의
한 모서리처럼
보이는 무대
다만
매미소리만이
그림에 없는
등장 인물인 셈
무더운
푹푹 찌는 한여름
깊은
산속의 들밭이다
마을 총각 바우 나와 엿본다
가만가만 다가선다
처녀 문득 놀라며
쳐다보았다가
그대로 김을 맨다
같이 김을 매 나가면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이것은 ‘봄이 오면 산에 들에’의 처음 부분이다. 이러한 긴 지문을 놓고 양승국은 한 편의 시라고 말했다. 게다가 무대 설명은 전혀 없이 무대 지시문으로 극이 시작하고 있다며 독자들은 이 무대 지시문 속에서 공연을 위한 기호들을 발견하기 보다 시적 상상력으로 무대를 채워나가기 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품은 연극성 부족이라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지만 역으로 리얼리즘 무대 이상으로 풍부한 연극적 장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쉽게 공연될 수 없는 오히려 공연함으로 원작의 시정(詩情)을 깨뜨리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며 무대 지시문은 기능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무대 지시문은 기능의 측면에서는 형편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