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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을 처음 읽었을 때에도 fanfic을 읽은 기분이었다. 맺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에 빠져 결국 파경에 이르는, 3류 소설로 낙인이 찍히기 딱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과 함께 글의 ‘노림수’가 없이, 그냥 심심해서 써 본 글처럼 느껴져 한 번 읽어보고는 손이 가지 않은 소설이었다. 그러다가 평론을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와서 소설 목록을 다시 한번 죽 훑어 내리던 중 이 눈에 띄어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이미 읽은-게다가 그다지 좋은 평을 하지 않은- 소설이었기 때문에 집중을 하지 않고 죽 읽어나가는데 처음 읽었을 때 미처 보이지 않던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 스스로가 자기의 의식세계에 갇혀서 쓴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처음 읽을 때 답답했었는데 이제는 그 외의 것들이 보였다. 같은 글을 반복해서 읽고 거기서 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는 것이 새로워서 흥미를 가지고 차근차근 다시 한 번 읽다가 이 소설을 평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주인공 이여진은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에 걸리게 되고 사촌오빠 박현재의 도움으로 퇴원을 하여 집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자가기 키우던 금붕어마저 낯이 설은 집에서, 자신의 이름이 찍힌 몇 권의 사진집과 조그만 암실까지 구비되어 있는 것을 통해 이여진은 자신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진 작가라는 것을 깨닫게 된고 집에서 발견한 미현상 필름 한 박스를 암실에서 현상을 하다가 차츰 기억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그 기억은 자기 손으로 없애야 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괴로움과 후회 속에 자신의 사랑을 죽여버린, 기억해 내는 순간 도저히 맨 정신으로 참아낼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