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990년에 발표된 「사막에서」는 자본주의적 일상의 상징적인 함의를 잘 그려내고 있다.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면, 아침에 출근할 때,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던 `아내` 때문에 종일 머리속이 어수선하던 `그`는 특별한 일도 없이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예감대로 아내는 외출하고 없었다. 전에도 아내는 말없이 외출을 하곤 했는데, 한번은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옴으로써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기도 했다. `그`는 가뜩이나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데다 인신매매니 어린이 유괴니 하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신문에 실리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처증을 가지게 된다. 갈수록 대화가 단절되는 가운데 `그`는 차츰 아내를 경원하게 된다. 마침내는 아내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근거 없는 오해를 하게 되고 자신도 부정을 저지름으로 해서 기만적으로 보상을 받으려 한다. 조퇴를 하고 돌아온 그 날, 그는 신문을 보다 인신매매 기사를 보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참담한 기분이 되어 모래처럼 작아져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정이 지나고 오랜 뒤돌아봄 끝에 그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위와 같다. 여기서 주인공 ‘나’는 직업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가지고 살아가는 서적 외판원이다. 그의 유일한 관심은 생존이며,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를 갖는 일마저 꺼려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아내의 부재와 모래의 개입이라는 두 사건이 서로 겹치고 교차되면서 작품이 전개된다.
참고문헌
윤대녕, 『지나가는 자의 초상』, 중앙일보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