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가련하기는 두 집 딸이 다 마찬가지이다. 배우지 못한 곡조로 관현을 희롱하며 아리땁고 음탕해보았댔자 값싼 기생 노릇이나 하고, 그 짓을 외면하고 종일 베를 짠대도 먹고 살거리가 넉넉히 생기는 것도 아니다. 베틀 노래가 아니고 그 관현에 얹어서 부를 사연인 듯 경쾌하게 이어지는 오언 고시 열두 줄을 아무런 근심도 없는 양 꾸몄기 때문에 그 뜻이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 이처럼 미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작품세계가 자못 달라지곤 했는데, 그러한 예를 하나 더 든다면 우흥(寓興)이 있다. 제목을 보아서는 고답적인 작품 같지만, 그와는 반대로 진주를 캐려고 목숨을 걸고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최치원은 당나라에서뿐만 아니라 귀국해서도 항상 영달의 기회를 찾고 재능을 발휘하고자 했다. 누구나 자기를 우러러보고, 무슨 지위에라도 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현실감각을 가지기 어려웠고, 후삼국의 쟁패가 벌어진 역사의 커다란 전환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발견할 수 없었다. 시무책(時務策) 10여 조를 올렸다고 하지만, 거기 무슨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역사의 맥락을 짚지 못한 채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심정을 호소하는 데서 만년의 작품세계를 이루었으니, 가야산에 은거하면서 지었다는 다음과 같은 시 추야우중(秋夜雨中)에서 그 점에 잘 드러난다.
참고문헌
1. 한시가 있어 이야기가 있고, 이종건, 새문社, 2001
2. 한국문학통사 1, 조동일, 지식산업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