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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들어서서 신경숙을 필두로 해서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일상에 대한 글쓰기, 탈 이데올로기화, 상상적이고 감각적인 필체를 앞세운 신세대 문학 집단이 대두되었다. 이들이 추구한 것은 더 세밀하게 존재의 내면에 침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시각적인 이미지와 상상력, 가상 현실과 허구적 서사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기존의 문단에서 항상 비판을 받아왔는데, 그것은 ‘세대론적 시각에 함축된 혐의, 즉 경박하고 몰역사적이며 감각적인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김소진은 90년대 작가이면서 이러한 비판에 비껴서있는 거의 유일한 작가이다. 분명 그의 소설들의 출발점도 다른 90년대 작가들처럼 개인적인 글쓰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감각적이기 보다는 해학적인 언어로 도시 하층민들의 삶을 드러내는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이며, 그 내용이 개인사를 넘어서서 역사의식, 사회의식으로 번져나가는 깊이 있는 문학관을 보여준 작가이기도 하다.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의 표출과 그를 통한 ‘나’의 자아찾기는 필체만 다를 뿐 다른 90년대 작가들과 같이 자신을 구성하는 존재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70년대 산동네의 밑바닥 인생의 이야기는 70년대 황석영류의 소설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80년대 민중문학의 연장선 상에서 80년대 변혁운동의 반성과 비판을 담고 있다.
이런 것들이 김소진의 작품들을, ‘사소설적 형식을 취하면서도 주관화된 내면 탐구의 길을 걷지 않고 객관적인 외화의 길’을 걸어왔고, 또, ‘민중의 삶에 육체성을 가미하여 어설픈 관념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평가받게 하는 요인들일 것이다. 게다가 김소진의 문체가 요새 보기 힘든 ‘토박이말의 능란한 구사’와 ‘육체화된 민중언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하는데, 결국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김소진을 90년대 문학전체에서 중요한 한자리를 차지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