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소문의 벽>에서 가장 큰 소재 거리는 바로 ‘전짓불’이다. 작품에서 자주 언급되는 전짓불의 공포는 실제로 작가가 어릴적 직접 경험했던 사실이라고 한다. 6.25때, 아군과 적군을 가릴 새도 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혼란통에, 아녀자들 밖에 없는 집에 들이닥쳐 삶과 죽음 사이의 제비뽑기를 강요했던 전짓불. 깊은 밤중에 들이 닥쳐 국군과 인민군의 어느 편인가를 다그쳐 묻는다. 전짓불의 밝은 빛으로 뒤에선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조차 없었던 막막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근원적인 공포를 체험하고, 이것은 글쓰기의 원체험이된다. 이 이후에도 〈소문의 벽〉에서 이 전짓불의 체험을 이야기하는 G라는 인물의 전짓불 체험은 대학 시절에까지 이어진다. 잠을 자기 위해 몰래 들어온 강의실을 비추는 수위의 전짓불에 대해 그는 ꡒ그 자체가 참을 수 없는 공포ꡓ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처럼 ꡐ참을 수 없는 공포ꡑ, 바로 이것이 전짓불의 의미이다.
너무나 눈이 부셔서 오히려 눈이 멀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에서처럼, 빛은 밝음의 의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밝음과 대조되기에 오히려 더욱 캄캄한 어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기도하다. 바로 이청준 소설의 전짓불이 이러한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전짓불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단 이청준의 문학이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특징을 미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작품은 60년대 초의 개인주의 문학의 계열로부터도 일정한 거리를 취하고 있고, 또 60년대 중반 이후의 사회적 관심을 앞세우는 문학과도 다르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이청준의 소설은 좌·우의 극한 대립과 관련된 50년대적 체험…
그렇다면, 실제로 이 전짓불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단 이청준의 문학이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특징을 미리 살펴 볼 필요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