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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근대 소설이 가장 먼저 발전한 영국의 경우를 놓고 본다면 소설은 런던이라는 대도시와의 밀접한 연관하에, 도시적인 조건 안에서 만들어졌고 발전했다. 신화적 인물이 아닌 평범한 중류층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서고, 다루는 소재도 역사가 바뀌는 위대한 서사적 사건이 아니라 돈 벌고 연애하는 범속한 일상사이며, 작품의 생산과 소비가 런던 책 시장을 통해 이루어진 근대 소설은 그 태동에서부터 ‘도시 문학’으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근대도시 시민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은 소설의 성공과 발전은 소설장르의 다양한 분화를 촉진했고, 환상적 소재, 역사적 사건, 시골이나 변방 공동체의 삶을 다루는 소설들이 소설 시장의 고정상품으로 정착하면서, 디킨즈(Charles Dickens)나 발자크(Honoré de Balzac)가 대변하는, 대도시 삶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다루려는 좁은 의미의 대도시 소설이 등장하게 된다. 본고에서는 영국의 경우를 중심으로, 근대 소설 자체의 ‘도시적’ 요소로서 ‘체험’의 문제와 협의의 대도시 소설에서 ‘체험’과 ‘경험’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