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악학궤범>의 권5의 <성정조 향악정재도의>는 그 첫머리에 세종 때 순전한 향악이 아니고, 향당교주 형식으로 만든 보태형, 정대업, 봉래의의 춤 절차를 실었고, 고려사 악지의 동동 일명 아박과 무고의 움 절차에다가 한글로 된 노래 가사를 추가하였고, 그 밖에 향발과 섣달 그믐의 구나 후에 연주되는 학연화대처용무합설의 춤 절차와, 임금이 환궁할 때 노상의 대가 앞에서 여러 기녀들이 정재를 드리는 절차를 기술한 교방가요와 태조 때 지은 문덕곡의 정재를 실었다. 이같이 권5는 향악정재춤의 절차를 소상히 기술하며 도시한 것 이외에 한글로 적힌 동동. 정읍. 처용가의 노래를 보여준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동동과 정읍의 가사는 <대악후보>에도 빠졌고 <악장가사>에도 없고 오직 <악학궤범>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래이어서 국문학자의 주목을 끈 귀중한 자료이다.
<악학궤범> 권6의 아부악기도설과 권7의 당부악기도설, 향부악기도설은 모두 먼저 악기의 전체 모양을 그림으로 보이고, 그 그림에다 악기의 치수를 일일이 적은 다음 치수는 영조척의 치수라고까지 주를 달아서 정확을 기하였다. 이렇게 악기의 그림을 그리고, 그 치수를 적고, 그 재료를 가르쳐 준 것은 그 속에 실제 악기 제작에 참고가 되게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임을 알게 한다. <악학궤범> 악기편의 그 용의주도한 기술은 그것을 세종실록 권 128의 악기도설과 비교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권6과 권7은 그 밖에 악기의 산형, 즉 관악기의 경우에는 지공을 표시한 원, 그리고 현악기의 경우에는 현을 나타내는 선을 그리고, 여기에다 율명을 기입하여 악기의 음역을 나타내고, 또 조현법을 도설하여 악조를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당비파의 상조와 하조의 조현법은 한국에서 연주된 당악의 악조를 알아내는데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르고, 현금, 가야금, 향비파의 낙시조와 우조의 성격을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