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989년 이전까지 세계를 조망하는 지배적 패러다임이었던 근대의 사회이론들이 냉전의 종식이라는 사적 격변의 향배를 예측, 설명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양차대전의 시기부터 줄곧 손상되어온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신뢰는 결정적으로 붕괴했다. 사람들은 눈앞에 전개되기 시작한 탈냉전의 현상을 설명하고 또 이후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 시각을 요구하게 되었고, 오늘날 제시되고 있는 일련의 탈근대 이론들은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탈냉전, 탈근대로 요약되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껏 존재해온 ‘근대성’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근대성’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사회의 변동을 살펴보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우리 조에서 세부적으로 다룰 사항인 근대국가와 시민사회의 형성, 그리고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는 등장은 모두 서양의 근대이후에 나타난 현상들로서 중세와는 다른 형식의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이 반영된 결과물들이며 이들은 모두 근대사회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들 세부 주제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근대성’에 관한 논의를 펼쳐 나가겠다.
Ⅰ.서론 ― 근대로의 이행
오늘날의 근대체제는 서양의 중세가 붕괴해가면서 이를 대체하는 질서로서 고안된 것으로 지극히 역사적이며 서구의 특수성이 반영된 체제이다. 이것이 15세기 이후 서양의 지리적 팽창과 서세동점을 통해 지구적인 보편질서로 전파된 것이다. 따라서 근대성의 본질 및 성격에 관한 고찰은 서양의 중세가 붕괴해 근대로 이행하는 역사적 이행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근대로의 이행은 크게 정치적 측면과 생산, 경제적 측면, 그리고 사상적 측면의 3가지 측면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