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빠른 걸음으로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그렇게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좀머씨를 지금 어딘가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마 그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보았음이며, 현대인의 모습을 보았음일 것이다. 익숙치 않은 모습으로 나오는 그의 모습 속에서 낯설지 않음을 느끼는 이유 역시 나를 보았음일 것이다.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에서 코끝이 찡하는 슬픔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 것은 아마도 더 이상 그의 모습 속에서 쫓기는 듯한 불안감을 볼 수 없기 때문이고, 이제야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죽음이 우리 인생의 종말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그런 생각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로 좀머씨 같은 부류의 사람들의 죽음에서 오히려 살아있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일은 자의든 타의든 보는 이의 시선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네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우리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마치 그들의 잘못된 삶을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는 듯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간섭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 외에 다른 것과 담을 쌓는 것은 스스로 좀 더 편해지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텐데 우린 결코 그렇게 생각지 않고 그들을 구제해야 하는 어린양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파트리크 쥐스퀸트가 바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단 한 장뿐인 사진 속에서 그는 고집이 강해 보이면서도 유약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매스컴에 전했다는 이유로 절친한 친구와 절교한 일화가 있는 파트리크 쥐스퀸트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특이한 사람이라는 것과, 그만한 일로 절교한 것은 지나친 행위라는 등의 판단을 일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