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몇 해전 국회의원 유시민의 발언이 떠오른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군사파시즘과 일제의 잔재다`. 유시민의 이 발언은 일파만파가 되어 세간에 회자되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상의 위치 때문에 유시민의 발언은 언제나 정치적 발언이다. 그의 의도가 어땠건 간에 유시민의 한 마디는 곧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시민이 한 말이 그리 충격적이었다거나 아니면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얘기한 건 아니다. 단지 잠시 기억 속에서 망각되었을 따름이다.
또한 유시민의 저돌적인 목소리가 일부의 사람들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갖게 한 것은 `잊고 싶었던` `과거`를 되살려 냈기 때문이다. `국기=애국=민족`이라는 지고지선한 상징의 기원이 우리가 그토록 욕을 퍼부었던 제국주의 식민지 정책의 산물이라는 유시민의 발언을 그냥 보아 넘길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비록 유시민을 감정적 민족주의를 동원해 비판할 수 있을 지라도, 그가 말한 `역사적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오만과 편견>은 자꾸 유시민의 발언과 겹쳐지며 내 마음을 술렁거리게 한다. 물론 이 책은 나같은 평범한 독자에게는 그리 친절하지 않다. 책의 소주제가 `민족, 인종, 국가, 성, 계급`의 다섯 항목인데, 사실 이 항목들 각자가 독립된 책으로 묶일 수 있을 정도다. 이 커다란 주제들을 한 책에서 다루자니 독자들은 `소화불량`에 걸리기 십상이다. 더욱이 임지현과 사카이 나오키가 구사하는 용어들과 그들의 발랄한 `수다` 속에 드리워진 의미를 파악해 내기엔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