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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흰구름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세계를 접하면서 마음이 점차 녹아들기 시작했다. 신호등에 둥지를 튼 제비를 보호하는 이야기를 그린 `신호등 속의 제비집`이라는 동화를 읽으면서부터였다. 제비가 새끼를 낳고 강남으로 날아가기까지 신호등 작동을 중단시킨 교통순경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제비가 강남으로 가는 날 에드벌룬을 띄우며 환송회를 열어주는 마을 사람들을 보는 순간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현실 속에선 도무지 재현될 수 없는 풍경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이 땅의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풍경일 수 있는데 내 마음이 흰구름을 닮지 않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생긱을 하자, 내 마음에 깃들었던 냉소는 급격히 달아났다. 개태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우는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2부 `문`에 이르러선 부끄러움과 함께 심한 자책감도 느꼈다. 어느날 부터인가 병을 앓기 시작한 개로 인해 시름에 젖은 아이에게 나타난 눈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나를 자극했다. 눈 사람은 그랬다. 개가 아픈 건 대문을 잠그고 있어 바깥 나들이를 못한 때문이라고.
나는 눈사람의 조언을 일종의 상징으로 여겼다. 우리의 영혼이 병이 드는 건 타인을 향한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하여, 흰구름이 하얀색인 이유를 설명한 문장에 트집을 잡은 나 자신을 나무랄 수밖에 없었다. 때묻고 닫힌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글을 읽기 때문에, 글을 쓴 이의 순수한 마음은 미처 발견치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바로 그런 태도야 말로 영혼이 병든 자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그때부터 슬그머니 고개를 든 반성은 내 마음을 활짝 열어놓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순응하게 되는 체제와 관습과 욕망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어린 마음이 동화를 읽어 나가는 동안 되살아났다. 동심의 상태가 되어 책을 읽다보니, 속물적 때가 말끔히 씻기면서 영혼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