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몇 년 전 한 후배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를 다시 펼쳐들게 된 이유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버스에 탔다가 우연찮게 가슴께에 `맑고 향기롭게`(법정 스님이 회주를 맡고 있는 법인이다)라는 글과 로고가 새겨진 등산조끼의 할머니를 보았을 때 문득 생각이 났고, 또 하나는 친구와 같이 자장면을 먹는데, 느닷없이. `성철 스님말야… 정말 그렇게 대단한 칭송을 받을 분인가? 좀더 실천적인 사람들이 더 위대한 거 아냐? 예를 들면 피에르 신부 같은 분 말야…` 라고 내뱉은 말에 이 책을 꺼내 들게 되었다.
법정 스님은 스님으로는 드물게 수상집이나 수필집으로 속인들에게 잘 알려진 분이다. 내 주변에서도 스님이 쓴 <무소유>를 읽고 큰 감명받은 사람이 몇 명있다. 98년에 출판된 <산에는 꽃이 피네>는 스님이 직접 집필한 책은 아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로 유명한 시인 류시화가 스님이 공석이나 사석에서 말씀한 내용을 가려서 엮은 책이다. 스님과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류시화는 이 책에서 11개의 주제로 스님의 말씀을 재구성했다.
친구의 구분대로 법정 스님을 `성철 스님`류와 `피에르 신부`류 중 어디에 속하는지 따져본다면 별 고민할 필요 없이 전자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행자로서의 밥값을 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를 스님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회원들이 가시적인 활동을 계획해서 스님에게 재가를 맡으려 할 때마다 `하지 말라`라는 말과 함께 (가끔 매몰차게) 중단시켰다는 스님. 세인의 관심 속에 안국동 `길상사` 회주를 맡고 나서도 절이 조금이라도 화려해지는 것을 허용치 않으셨다 한다. 개원 후 첫 초파일에는 절이 아닌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셨다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을까. 스님도 분명히 속세의 행태에 비판적인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인데 왜 `하지 말라`라고 말하는가. 친구만큼 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