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흔히 사람의 운명이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물론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운명은 자기가 창조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칠성문 밖 인민굴`을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라고 말한다. 글 첫머리부터 이런 단어를 접하면서 이 소설의 결말이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다. 바로 이 곳에서 복녀의 운명은 바뀌어 버렸다.
선비의 가통을 이은 집안에서 자라 도덕이란 것과 염치라는 것을 아는 복녀였지만, 이 곳으로 들어온 뒤 복녀는 게으른 남편과 지독히도 가난한 살림 때문에 송충이를 잡거나 채소를 도둑질하며 몸을 파는 여인으로 변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가난`이란 것이 복녀의 그 지경까지 이끌어 온 것이다.
그렇지만 복녀의 운명은 타락해버린 사회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것 같다. 불우한 환경, 그리고 일을 열심히 해도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요행을 바라는 사회 현실. 복녀가 놓여있던 이러한 사회 현실 때문에 복녀의 비극적인 삶은 팔십원에 늙은 영감에게 팔리면서부터 시작되었는 듯 싶다.
그저 가난한 환경이 복녀의 타락을 초래한 사회의 횡포를 탓할 뿐이었다. 또한 복녀의 죽음은 엄연히 왕서방에 의한 살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십원의 비밀거래 후에 뇌일혈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판정으로 공동묘지로 옮겨진 사회가 너무나 서글펐고 부도덕했음을 다시 한 번 절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에까지 이른 복녀의 운명이 모두 다 사회적인 영향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었다. 처음 복녀의 부정은 타율적인 것이었지만, 점차 자율적인 것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이 이 말을 뒷받침 해 준다. 도덕적이었던 복녀가 창부의 모습으로까지 전락한 모습이 그리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가난한 현실에 굴복하고 마는 복녀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