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렇게 변하고 싶은 모습으로 변하여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는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변하고 싶지 않은 추악한 모습으로 변하여 고통을 당하는 변신 이야기도 있다. ‘미녀와 야수’의 야수나 ‘개구리 왕자’의 왕자는 마법사의 미움을 받아 마법에 걸린 흉측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낸다. 그러나 이들 이야기에서는 마법을 풀어 줄 누군가가 반드시 등장하여 사랑의 힘으로 마법을 풀어 준다. 마법이 풀리기까지의 조바심이나 마법이 풀리는 순간의 그 희열이 이야기를 더욱 맛깔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도 어느날 아침 흉측한 벌레의 모습으로 변하여 탈출할 수 없는 숨막히는 일상 속에 영원히 갇힌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어떤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다. 마법사의 미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 마법을 풀어 줄 구원의 사람도 없다. 이 작품은 이렇게 인간의 황폐한 운명 위에서 현기증이 나도록 속도감 있게 시작한다.
가족을 위해 상점의 판매원으로 힘든 생활을 해 오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한 번도 지각한 적 없이 성실했던 그의 결근에 사람들은 의아해 하고, 그레고르는 번민을 거듭하다 결국 벌레의 모습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벌레로 변신한 그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가거나 기절하고 만다. 처음에는 동정적이던 가족들도 날이 갈수록 점차 그를 혐오하게 되지만,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애정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