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문제의 시인

80년대 시인들 중에서 황지우만큼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시인도 드물다. 시작활동뿐 아니라 미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극작활동,판화작업을 비롯해 최근엔 진흙조각에 심취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황지우가 사람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긴 것은 그의 시작 활동이 여느 시인과는 좀 다른 특이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80년대에 발표된 그의 시들은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특이한 형식의 시들이 많다.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것은 비교적 덜한 편이고 글자의 배열을 산의 모습과 같이 피라미드 형태으로 배열해 놓은 것,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신문 잡지의 광고, 일기예보, 전자오락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아내의 편지까지도 자신의 시에 활용한 작품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시경향을 일컬어 해체시라든지 실험적 작품이라든지 하는 평가들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한번도 평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실험시`를 쓴 적이 없다. 나는 리얼리스트이다. 이그러진 형식은 이그러진 현실에서 온다.`고 하여 자신이 왜 시적 문법을 파괴해 가며 그러한 시를 쓸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 바 있다. 극도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