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아버지`라는 책의 소설은 암으로 신안부 인생을 선고받은 중년남성 한정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았고, 한가정의 가장으로써 평범한 인생을 즐겼던 그에게 암이란 불치병은 사회에서의 압박과 가족의 냉정한 높은 벽을 인생에 대한 좌절로 승화시키기 충분했다. 그나마 정수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술이었고, 가족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것은 불성실하고 능력없는 아버지의 겉모습 뿐이었다. 부권을 상실한 정수에게 남은건 그래도 사람에게서 나는 향긋한 정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나눠 줄 수 있는 정내음. 정수는 이소령을 만남으로써 정을 느낄 수 있었고, 삭막했던 마음에 푸른 잎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면에서 자랑스럽게 여겼던 딸아이의 편지는 배신감이라는 더 없이 참기힘든 고통을 가져다 준다. `아버지, 전 당신에게 몹시 실망하고 있습니다...... 전 정말 이제 술에 취한 아버지의 흔들리는 모습, 그리고 유치하고 천박한 주정을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 아내와의 사랑으로 자라난 영특하고, 야무지기만 했던 딸아이의 비수와도 같은 편지. 그렇게 믿었는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중의 보석이라고 믿었던 자식이었는데... 숨이 가빠질 만큼이나 가슴속의 타격이었을 그 편지는 읽고 있는 나의 가슴속 한구석에서 버릇없고 콧대만 높은 희원에 대한 실망스러움이 한없이 분출되었다. 이렇게 한없이 쏟아지는 실망감은 정수의 희원에 대한 사랑이 거의 병적이었을 만큼이나 깊고 진했기 때문이다. 서울대영문과의 35명 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35라는 숫자만을 억척스럽게 고집했던 아버지... 아버지의 정성을 알았다면 희원이는 아버지에 대해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갖을 수 있었을까? 희원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어쩌면 나도 아빠에게 저런 배신감을 심어 주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