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주인공 제인 에어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외삼촌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같은 또래의 남자 사촌과 차별되어 온갖 구박과 폭력에 시달린다. 부모가 없다는 점만이 아니라 여자 아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학대받아 그의 서러움은 더욱 커진다. 억눌린 분노가 마침내 폭발해 사촌과 싸우고 난 뒤 춥고 컴컴한 붉은 방에 갇힌 열 살의 어린 제인은 거울에 비친 성난 자신의 모습에서 억눌려 있던 또 하나의 자기 모습을 처음으로 발견한다. 늘 순종하고 회피하던 평상시의 모습이 아니라 분노로 질식된 백지장 같은 얼굴과 불타오르는 두 눈빛은 억압적인 환경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잠재된 여성적 의식의 표출이었다.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와 기숙사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지만 거울에서 발견한 낯 선 자아는 늘 깊숙이 도사리고 있어 제인의 독립의지와 저항의식을 발전시켜나갈 에너지가 된다. 여자기숙사에서의 생활과 교육은 여성의 자아와 주체성을 억압하는 대표적 사회기관이었다. 이것을 패해 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종교적 헌신과 영적 해탈로 속세의 현실적 박해를 초연히 승화시키는 길이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과 삶의 열정에 타오르는 제인의 영혼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기숙사를 떠나 가정교사로서 직장을 찾아간 곳이 그의 운명을 결정한 로체스터의 저택이다. 제인과 로체스터의 사랑이 처음부터 평등한 관계에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계급상의 차이, 재정적 부의 엄청난 불균형,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신분적 관계, 심지어 외모까지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이 너무나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