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Ⅰ. 들어가며
거장- 쉽사리 입밖에 낼 수 없는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장이라 함은 이미 흔들 수 없는 위인의 반열에 올라선 온통 고매하기만 한 인물처럼 보여 그저 저 위에 절대 권위처럼 존재하는,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웅대한 자연을 사랑한다, 위대한 사상을 고민한다 하면서도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순간의 체면에 집착하고 절대적 상황에선 결국 나만을 사랑하고 마는, 어찌 보면 건조하고 어찌 보면 구질구질한 해실해실 닳아빠진 실밥같은 나의 생활, 자아. 거장이라.. 고매한 정신이라.. 내겐 멀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소위 고전이다, 걸작이다 하는 거장들의 작품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나같은 하수(下手)는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심오함에 대한 경원이었는지 자격지심이었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거장의 걸작품이니까 읽고 반드시 감동해야만 해’라는 압박(?)을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가하게 되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 문화를 생산하는 입장이 못 되는 이상 주체적으로 예술작품을 읽어내는 입장이라도 되어야 할 텐데, 그 느낌만은 나의 것이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은 조금은 슬픈 일이기도 했다. 의식적인 가벼움인지 원래가 그런 건지-그러나 느낌만은 가볍다고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생활과 비슷한 모습을 그린 작품들에 대해서만 절실한 내 감정을 가질 수 있었고, 소소하게 지나치는 일상의 작은 슬픔들에만 온 마음으로 공감하였다.
참고문헌
이유식, 빵과 기적과 굴레 속의 자유. 서울:이목구비사. 1994
A.Boyce Gibson, 이경직 옮김,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 서울:현대사상사. 1988
Stefan Zweig, 원당희 외 옮김, 천재와 광기. 서울:예하.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