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Ⅰ.서론
우리사회는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 성폭력에 관한 경찰이나 관계기관에 신고되어 처벌되고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는 경우보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신고되지 않고 은폐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력한 처벌내용을 담고 있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성폭력이 줄지 않고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사회에서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성적 인식이 일반화되는 한편 성의 상업화 내지는 성의 산업화의 경향이 날로 더해 가는 한 성폭력의 위험은 더욱 확대되리라고 예상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사회현상, 인간행위들은 그 자체의 객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보는 개개인의 사고방식 사회문화적인 가치체계에 따라 의미가 정해진다. 즉 의미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그 어떤 현상의 의미는 변할 수 있으며 또한 다양할 수 있다. 성폭력의 문제와 같이 각 사회의 다양하고 변화가 심한 권력이 작동하는 그 와중에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성폭력은 법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 다층적인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이해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성폭력은 전통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처벌을 위주로 하는 형법적인 문제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성폭력의 사회적 배경과 여성의 현실을 고려하면서 우리 형법이 성폭력을 인식하고 있는 방식과 처리하고 있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우리 나라의 많은 여성단체들이 여성의 인권과 지위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 끝에 쟁취해 낸 성폭력에 관한 특별법안들은 여성들의 관점에서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것 같다. 그 동안에는 남녀불평등의 현상에 대한 혐의와 책임을 법률이 부당하게 뒤집어 쓴 느낌이 있었고, 지금은 어쩌면 이러한 법률들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혐의를 부정할 수 없다. 여성관계법이 많이 제정되었지만 우리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