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역대 조선왕조의 군주 중 한 분인 광해군에 대한 지식이 짧았던 나로서는 `한명기`씨의 이 저작을 읽고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역사에서 추론해내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더불어 책의 말미에 수록된 수많은 역사서는 이 책의 신뢰성을 한결 더해 주었다. 또한 역사서라서 자칫 어려워질 수도 있는 서술방식에 사료에서 글을 간간이 직접 인용하여 글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해군 대의 사건들과 현 한반도 정세를 연결짓는 고리를 발견하는 놀라움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작가 ‘한명기’씨가 말하고자 했던, 아니 우리에게 던져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럼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 - 광해군’의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글의 초반에 작자는 광해군의 묘소로 찾아 가는 길이 어려웠음을 지적하고, 그의 무덤이 일국의 군주답지 않은 면모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조선조에서 ‘조’나 ‘종’이 아닌 ‘군’이라 불리던 세임금 - 노산군, 연산군, 광해군 - 중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역사상 복권이 아직까지도 되어 있지 못한 불운아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암시해주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중초본과 정초본이 동시에 존재하는 ‘광해군 일기’가 이 책의 주요한 사료로서 등장하지만, 이 광해군 일기는 광해군을 끌어내리고 인조를 즉위시킨 서인들의 입장에서 쓰여 졌다는 점에서 일면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베일에 가려져 왔던 광해군에 대한 진면목을 볼 수 있음은 크나큰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는 20세기 초반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사학자인 ‘이나바 이와키치’와 ‘다카와 고조’에 의해 이루어졌음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으나 그들의 광해군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일제의 식민사관과 만선사관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였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