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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정의란 무엇인가?
이제까지에 있어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만큼 격렬하게 논란이 된 물음은 거의 없었으며, 이 물음만큼 고귀한 피나 쓰라린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한 물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또 이 물음만큼 역대의 가장 훌륭한 철학자 또는 사상가들이 깊이 사색하고 괴로워한 물음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물음에 관해서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의’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살펴볼 때, ‘정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질서 정연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요청되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덕목을 가리킨다. 인체에 병이 없는 상태라면 우리는 ‘건강’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떠올릴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가 질서정연한 상태라면 정의에 관한 담론도 생겨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의’는 불만족스런 규범적 상황에 대한 시정의 요구인 동시에 질서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요청되는 기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마치 ‘건강’을 ‘질병의 부재’로 이해할 수 있듯이, ‘정의’를 ‘부정의의 부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의 ‘정의관’이 지니는 분기성(分岐性)과 합의불가능성 때문에, 어윈(R. E. Erwin)은 ‘정의’를 ‘부정의의 부재’라고 보는 쪽을 지지하면서, 모든 부정의의 상태를 제거할 때 우리는 곧 정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파인버그(Joel Feinberg)도 “정의를 논하는 것보다 부정의를 논하는 편이 훨씬 편리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