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절정」의 시적 화자는 자신의 처지를 아주 간결하게 말하고 있다. “휩쓸려”의 ‘쓸리다‘는 ’쓸다‘의 피동형이다. “휩쓸려오다”라고 말하는 시적 화자는 그 행위가 자기 외적 요인에 의해서 강제되었음을 알려 주고 있다. “북방”은 북쪽이 연상시키는 한랭성은 척박하고 결핍된 삶의 환경을, 그리고 나아가 거기서 이루어지는 삶의 불모성과 불구성을 넌지시 일러준다. 그것은 귤이 익는 남쪽 지방이 암시하는 삶의 충족성이나 넘치는 생명력과 대비된다. 「절정」의 첫 연에서 곧바로 제시된 이 “북방”은 그 앞에 “마츰내”라는 부사에 의해서 그 부정적인 성격이 훨씬 강화된다. “마츰내”는 미묘한 음영을 지닌다. 불행한 사태의 도래에 대한 단순한 암시에서부터 그를 예기한 자의 준비된 자세와 태도까지 싸안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숨은 뜻이 넉넉하다. 세계는 자아에게 늘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하나의 얼굴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숙한 의식은 세계의 횡포가 언제든지 있을 수 있음을 자각한다. 예지에 찬 의식은 결코 놀라거나 참담한 상태에서 세계의 폭력을 맞지 않는다. 그리하여 「절정」의 시적 화자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그것은 의연하기까지 하고, 이 의연함이 비극적 정조를 자극한다.
세계의 횡포는 “매운 계절의 챗죽”으로 표상된다. 채찍의 폭력성과 폭압성은 살갗이 터지는 촉각적 연상을 환기하며, 감내할 수 없는 세계의 횡포와 그 강도에 대한 감각적 인상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폭력의 주체는 “계절”로 상징되는데, “매운”이라는 수식어가 “계절”의 성격 즉, 다시말해 ‘계절’의 혹독함을 일러주는 구실을 한다. 혹독함을 그 특질로 하는 “계절”은 자아, 곧 시적 화자…
세계의 횡포는 “매운 계절의 챗죽”으로 표상된다. 채찍의 폭력성과 폭압성은 살갗이 터지는 촉각적 연상을 환기하며, 감내할 수 없는 세계의 횡포와 그 강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