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역사적 권역으로서의 동아시아 세계
신채호(申采浩)의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다’로 요약되는 투쟁사관의 논리는 민족문화를 인식함에 있어 역시 “인도(印度)는 간접으로, 지나(支那)는 직접으로 ‘아’가 그 문화를 수입하였는데, 어찌하여 그 수입의 분량에 따라 민족의 활기가 여위어 강토의 범위가 줄어졌나”라고, 상호관계를 맺고 교류한 측면에 대해서 다분히 부정적·배타적으로 치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민족주의자의 논리는 일찌기 홍기문(洪起文)으로부터 관념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일제하 민족해방을 위한 투쟁이 제일의 과제로 되고 있는 마당에서 투쟁사관은 의미를 적극적으로 평가해 마땅하다. 뿐아니라 주체를 강조하면서도 고립화시키지 않고 ‘비아’라는 대립항을 설정해서 시야의 폭을 넓게 가질 가능성을 열어준 점은 따로 또 평가할 부분이다. 하지만, 나와 연관된 외부를 투쟁의 측면에서만 보고 여러 착종된 면들과 함께 선린호혜(善隣互惠)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태도는 다시 성찰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무릇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으며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름이 있지 않다. 때문에 동방의 사람들이 혹은 불자도 되고 혹은 유자도 되어 필히 서쪽으로 대양을 건너가서 중역(重譯)으로 통하여 학업을 닦기도 하는 것이다.”
최치원이 지은 「진감선사비(眞鑑禪師碑)」의 첫머리다. 국경을 넘어선 인간의 보편성, 진리의 보편성에 대한 이해 및 그 진리를 향해 해외로 진출하는 신라인의 진취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위의 ‘중역’이란 이중통역을 뜻하는 말이니 불교의 원류를 찾아 멀리 인도까지 간 경우를 가리킬 터이다. 이렇듯 천여년전에 보여주었던 최치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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