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2】출판기획의 사례분석 (장석주의 『달과 물안개』, 찬우물, 2004)
산문집, 혹은 에세이집들은 아주 흔하다. 이 분야의 책에서 내가 꼽는 최고의 책은 어 떤 책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가?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읽고 기획자의 입장에서 이 책의 경쟁력과 아쉬운 점에 대해 논하라.
-산문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면 우선은 중학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게다.
산문이라기보다 에세이인데 그 당시 중학교 교과서에서 당연 필수로 다루었던 피천득님의 『수필』이 어린 소녀에게 가장 인상 깊게 각인되었던 최초의 에세이집이다. 지금은 교과서 개정으로 인해 더 이상 교과에서 ‘수필’을 만나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잘 알고 지내는 국어 교사에게서 듣고는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로구나 하는 회한이 잠시 머물기도 했다. 그 후로 피천득님의 『인연』을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의 심정을 아주 오래도록 울렁거리게 했던, 그래서 첫사랑이란 모름지기 우연으로라도 만나면 안 된다는 철학을 심게 해주었던 내게 있어 사랑학 개론서로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끝 구절을 노래가사 후렴처럼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아슴하다. 책과의 인연이란 이렇듯 어떤 적절한 순간에 만나게 되면 평생 잊을 수 없는 무엇으로 간직하게 되는 마력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 접하게 된 산문집으로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면 법정스님의『무소유』와 『텅 빈 충만』그리고『산에는 꽃이 피네』를 들 수 있다. 한창 젊은 시절, 열정이 들끓다 못해 욕심으로 꽉 들어 찬 철없던 가슴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해준 책이다. 무소유란 어쩐지 뒤떨어지고 소외된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란 깨달음을 준 철학서나 다름없다. 자본주의 시대의 삶에 있어 무소유란 이율배반적인 듯하지만, 진정한 삶의 행보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를 정확히 짚어 준 내 영혼을 맑고 향기롭게 닦아 준 거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