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동학혁명,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역사는 `과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모든 역사는 현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B. Croce). 모든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것은 과거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과거에 일어난 사건 모두가 역사책에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역사적 사건이 아니었던 일도 시대가 바뀌면서 중요한 사건으로 선택되기도 하고 반대로 역사적 의미를 가졌던 사건이 역사책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또한 같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역사란 `과거`라고 하는 사건의 무덤 속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을 `선택`하는 과정이며 또한 이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항시 자신이 처해있는 `현재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역사학자 카아(E. 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과정이며 사실과 역사가와의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강의의 주제인 동학농민혁명의 경우, 갑오년 이후 역사책에 항시 기록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명칭은 `동학란`에서 `동학농민전쟁`, `동학농민혁명`으로 바뀌었듯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졌던 사건의 하나이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러면 동학농민혁명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은 동아시아의 질서를 재편한 `청일전쟁`,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개혁인 `갑오개혁`이라는 대사건을 불러왔다는 것만으로도 우선 주목받을 사건이다. 하지만 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는 그런 외형에 있는게 아니다. 농민혁명의 내용 자체에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와 그후 지금까지 100년에 면면히 흐른 정신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