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Ⅰ. 들어가기
기형도의 작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삶의 비극적 인식에서 오는 시적 어두움이다. 기형도의 시를 되풀이해서 읽음으로써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은 아름다웠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아니다. 몹쓸병에 걸렸다가 가까스로 헤어나 그 악몽을 담담하게 재현하는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쓰라린 회상의 잔상들이다.
기형도의 그러한 몸짓은 카프카의 이미지들을 연상시킨다. 그 깊은 내면에는 절망의 어둠 속에 숨쉬고 있는 시인이 있다. 그것은 출구가 없는 어두움이고, 그것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수 많은 작품에서 확인되는 그의 현실 부정과 죽음에 대한 침울한 음영들은 그가 화사한 장밋빛으로 살아가기가 힘겨웁다는 그의 강력한 죽음의식으로 표출된다. 온통 세상의 어둠을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처연한 마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는 그의 절정의 인생을 어둠 속에서 고통하고 신음하는 것으로 살아야 했을까? 왜 그는 섬뜩한 죽음의식을 그의 작품 곳곳에 흘리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그의 삶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시인의 원형적인 체험을 중심으로 시인 기형도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Ⅱ. 시인 기형도
‘1989년 3월 7일 새벽 3시. 종로의 한 심야극장, 청소원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앉아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죽어있었다. 죽은 남자의 검은 가죽 가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한 권의 푸른 노트였다. 푸른 노트의 시들은 죽은 두 달 후 한 권의 시집으로 발간된다. 시인의 이름은 기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