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내가 철학과에 들어갔을 때 칸트,헤겔,후설,하이데거 등 독일 철학자들에 대한 강의와 영미의 소위 분석철학이라 불리는 철학이 주로 강의되었다.나에게 전자는 당황했고 후자는 공허했다.그리고 맑시즘을 전공하는 또하나의 집단이 있었다.나는 인정에 대한 주관적 욕구가 어떻게 그럴 듯한 객관적 허울 쓰고 나타나는가를,권력에 대한 반권력이 어떻게 해서 다시 또다른 권력을 낳게 되었는가를 이 집단을 통해 알았다.
이 말은 [담론의 공간](민음사,1995)의 저자가 서문에서 기존의 철학을 비판하고 그 대신에 푸코의 담론의 철학 을 옹호하기 위해 쓴 내용이다. 철학과 권력의 관계를 가장 밀접하게 결합시킨 것이 푸코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대단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지금까지 한국철학에서 소홀히 되었던 프랑스 철학, 구체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복권이 곧 우리 철학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반성의 출발점 부터 대단히 잘못되어 있다.
오히려 거꾸로 [담론의 공간]은 어떤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는가에 대해 묻는 것이 적절한 질문일지 모른다. [담론의 공간]의 정치적 효과는,어떤 철학교수의 비판 처럼, 치열한 역사의식과 실천의 지혜를 증발시키는 정치적 정적주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감춰진 정치적 정적주의 속에는 또다른 명백한 권력 동기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