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책에도 팔자가 있다. 시운을 잘 타고 나야 하고 출판사도 잘 만나야 스테디셀러 팔자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매년 10만부 가까이 나가는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김경숙 옮김·친구미디어 펴냄)가 대표적인 경우다. 원래 이 책은 93년 출판사 친구에서 나왔다. 요즘처럼 잘 팔렸다면 친구라는 출판사가 망했을 리 없을 거다. 97년 친구는 동녘출판사로 넘어갔고 ‘화성남자 금성여자’는 친구미디어라는 새 이름의 (동녘 소속) 출판사에서 번역을 가다듬어 다시 출간됐다. 97년이면 IMF외환위기를 맞은 바로 그 해다. 경제난으로 가정 불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혼은 급증해 한국은 세계 3, 4위를 달리는 대량 이혼사회로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이혼 예방서라 할 수 있는 ‘화성남자 금성여자’가 폭넓게 읽힐 수 있는 토양이 본의 아니게 만들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친구미디어로 출판사가 바뀐 뒤 광고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98년부터 판매부수가 10만부 이상으로 뛰었다.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또 하나의 힘, ‘입소문’이 가세한 것이다. 2001년 한 결혼 정보회사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