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의고백록

저는 세 번째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그리고, 내가 이기게 되리라는 것은 보장 못할 세계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지난 시절의 사랑을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섬겨야 했던 존자들을 위해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내가 내 자신이 아닌 탓에 저는 내가 훔치듯이 가로챈 영혼들의 힘을 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방어 마법은 ‘사일러스’ 마법입니다. 타인들의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침묵’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적의도 잃은 채 전쟁을 권태롭게 참아내고 있습니다. 열렬한 신앙의 대가(對價)를 저는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후회를 겪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결국엔 불행한 예언의 결론을 뒤집어놓기 위한 일종의 투쟁입니다. 아주 무서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저는 비틀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말씀의 위력을 철저히 느끼는 것입니다. 악한 정신이 승리를 누리는 듯한 이런 패배한 세상에서 내가 여전한 ‘파수꾼’의 노릇을 하는 것은 별로 우습지 않은 태도를 지키는 것입니다. 나는 마지막 뱃전을 몰고서 바다의 저편, 황혼으로 타인들을 인도하는 한 명의 천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