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실린 12편의 작품이 발표된 시기는 박정희 정권이 주도하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표면적인 성과를 거두어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룬 시기였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서는 동시에 이농의 물결과 두터운 도시빈민충의 형성,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양적확대와 계급간 갈등의 첨예화라는 산업사회의 어두운 측면 역시 차츰 뚜렷해지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출간된 이 책은 산업사회의 계층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집으로 호평받지는 않았을까?
‘나는 햇살 속에서 꿈을 꾸었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 넣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꽃을 던지는 영희의 행동이 영호의 꿈속에서인지 실제의 그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팬지꽃과 폐수`, `귀여운 소녀와 꽃을 버리는 행위`의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강렬한 시적 호소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문학적 요소를 드러내는 이 작품을 누가 호평하지 않겠는가?
당신은 절망을 아는가? 글 속의 영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사랑을 주려 하였으나, 나는 지금 그 사랑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나는 지금껏 태어나서 그 어떤 선택도 해보지 못했다.` 진실은 썩었다고 영수는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모순이다. 그 믿음이 진실한 길이 아니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