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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필자가 답사기의 주제로 택한 곳은 덕수궁이다. 사실 규모로 보나, 유명세로 보나,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숙제하기에도 편하고(?) 더 가까운데다가 얘깃거리도 많고 더 알맞은 곳도 많이 있지만 굳이 덕수궁으로 발을 옮긴 까닭은 단순히 석조전 때문이었다. 필자가 어릴 적에 언젠가 우연찮게 한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유럽식의 둥글고 높은 기둥에 하얀 돌로 만들어진 고풍스런 건물과 그 앞에 멋들어진 분수대가 물을 뿜고 있는 정원을 보면서 `서양의 어느 왕이 살던 궁전인가 보구나` 하고 단정 지으려는 찰나에 그 밑에 쓰여 있는 사진 제목을 보면서 신성한 충격을 받았다. `덕수궁 석조전.` 첨엔 혼란도 있었다. 외국말을 번역해서 쓴 건가하고... 마치 `Stone Head`를 석두 (돌머리) 라고 쓰듯이... 하지만 이 나라에 태어나 살면서 덕수궁이라는 말은 한번씩 들어봤을 테고, 그 덕수궁이 우리나라 궁궐이라는 건 뻔히 아는데 이 서양식 건물은 뭔가? 필자가 어릴 적엔 인터넷이 없었다. 요새야 검색 창에 이름만 쓰면 읽다가 포기할 정도로 자료가 많이 나오지만 예전엔 커다란 보도블럭만한 백과사전을 뒤져야 겨우 몇 줄 나오는 정도였다. 아마 필자의 기억으론 백과사전이라는 걸 펴본 것이 태권브이에 대해서 찾아본 적 이후로 덕수궁이 두 번째였던 것 같다. 왜 그리 거기에 관심을 가졌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나에겐 놀라운 일이었나 보다. 그 때의 그 기억이 너무 강했던지 이번 과제에 대해서 들은 이후로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덕수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