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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왕조가 건국될 무렵인 10세기 초 중국 당(唐)나라의 멸망은 동아시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이시기 동아시아 사회는 중국과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이 중심을 형성하고, 그 주변부에 거란족, 흉노족, 여진족과 같은 족속들이 포진하여 하나의 세력권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중국 이외의 민족을 오랑캐로 보는 화이론(華夷論)에 입각한 독특한 문명권도 형성되게 됩니다.
이러한 동아시아 세계의 중심 국가인 당나라가 무너지면서 동아시아 세계는 중국 대륙을 비롯한 만주와 한반도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국가들이 건국되는 대분열의 시대가 열립니다. 이러한 상태가 약 반세기 동안 지속되다가 926년 거란이 발해국을 병합하면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게 되고, 한반도에서는 936년 고려왕조가 통일왕조를 형성합니다. 한편 중국대륙에서도 5대 16국의 뒤를 이어 960년 송나라가 건국됩니다. 그러나 이전의 당나라와 같이 강력한 중심 국가가 형성되지 않음으로써, 고려·송·거란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싸고 각축을 벌이는 다원적인 국제질서가 형성됩니다.
고려왕조기 대외환경을 특정 짓는 다원적인 국제질서는 고려왕조의 발전 과정과 역사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외관계는 일국(一國)대 일국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유독 고려시대에는 왕조가 지속되는 내내 전통적인 대외관계와는 달리 다원적인 관계가 유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