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금시조를읽고

이문열. 누가 나에게 이시대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사람을 꼽을 것이다. 나는 이문열의 글을 처음 접한 고등학교 2학년때나 지금이나, 익숙한 한글 낱자들 사이에 숨어있는 그 매끄러운 표현과 진지하기만 한 주제의식에 경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문열의 수많은 작품들중에 오늘 내가 쓰려고 하는 작품, 금시조는 그중에서도 특히 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金𦑡劈海 香象渡河 (금시벽해 향상도하), 글을 씀에, 그 기상은 금시조(金𦑡鳥)가 푸른 바다를 쪼개고 용을 잡아올리듯 하고, 그 투철함은 향상(香象)이 바닥으로부터 냇물을 가르고 내를 건너듯 하라...」
이 소설의 주인공인 고죽(古竹)의 스승, 석담(石譚)선생이 고죽에게 손수 써서 내린 서도(書道)의 가르침이다. 이 여덟글자는 이 소설의 제목인 ‘금시조’의 근원이 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의 갈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죽은 바로 이 여덟글자를 그에게 내린 스승 석담선생과 서도에 관한 견해차로 평생에 걸친 갈등을 겪게된다. 이 글에서 표현하기를 ‘도(道)와 예(藝)’의 문제. 석담선…(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