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루바흐 부인의 집에서 하숙을 하는 요제프 K는 서른 한 살을 맞이하는 생일 아침에 자기 자신도 영문을 모른 체 체포당하게 된다. 그런데 요제프 K는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서 중상 모략 당했음을 알아차리고서도, 감시인들에게 논리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감시인들에게서 체포 영장이나 체포 사유도 제시받지 못하는 요제프 K는 자신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감시인 또는 법원에 대해서 반발하는 한편, 체포를 전혀 인정하지도 않고, 또한 체포의 원인을 그루바흐 부인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요제프 K의 심리적 방황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감시인들이 죄인은 죄에 의해서 끌어당겨진다고 하자 요제프 K의 외부의 힘으로부터 억압된 의식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흐르며,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고, 마침내 그들 감시인들의 논리에 반박하지 못하고 만다. 그러나 굴복한 것은 아니나 굴복하고 말려는 자포자기적인 생각(내면의 부름에 의한 작용으로 자살을 떠올림)이 순간적으로 교차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의식이 정립되지 못하니 감시인이나 감독관에 대한 감정 또한 크게 혼란을 야기시킨다.
그리고 요제프 K는 그 자신이 은행의 주임이라는 직책과 함께 그의 자존심과 결부되어 일종의 수치심으로 작용하게 된다. 체포당할 때, 자신의 재산의 착복을 시도한 감시인과 태형관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심리나 겉으로는 논리적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안으로는 질풍노도와 같은 혼란에 의해서 자아 분열에 의한 자기 파멸을 초래하는 요제프 K의 이중성은 마지막 부분의 처형 전의 남의 눈과 자기의 평판을 생각하고, 처음 부분의 체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농담 구사 능력을 테스트하려는 행동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무기력하고 비논리적인 요제프 K의 이중성격, 거짓 이성은 그 전반에 수치심이 작용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