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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왕의 남자>는 나쁘지 않았다. 단지 그 뿐이었다. 즉 나쁘지 않았을 뿐이다. <올드보이>처럼 기가 막힌 반전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스펙터클 하지도 못했다. 이미 연극판에서는 몇 년 전에 알려진 작품이긴 했지만, 영화로서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는 조금 신선한 내용이었으며, 특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것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어 다소 작품성도 있어 보였다.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불고하고 어떻게 이 영화가 그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 마케팅의 승리도 작품성의 인정 어느 것도 아니다. 단지 <왕의 남자>가 기가 막히게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 가장 큰 근거로 경쟁작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왕의 남자>는 작년 연말 12월 29일에 개봉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연말과 연초, 극장을 찾는 수요는 엄청 늘어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당시 극장 간판에는 딱히 보고 싶은 작품이 없었다. 당시 <왕의 남자>는 그나마 볼만한 유일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예상하지 못한 한 방이 있었다. 바로 누구나 예상함직한 `이준기`라는 인물이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가 연말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여성스러운 이준기의 모습은 지난여름부터 만날 수 있었다. 여장한 이준기의 사진을 담은 포스터는 이미 몇 달 전부터 거리에서 종종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