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러나 지난 몇 십여 년의 세월동안 서해안의 해안사구는 상당부분이 파괴되었다. 그 주 원인은 유리의 제작을 위한 규사 채취였는데, 서해안의 모래는 특히 규사의 순도가 높아서 집중적인 채취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 유리가 안면도에서 모래산 몇 개는 가져갔다”는 안면도 주민의 말은 그동안 서해안의 해안사구 파괴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어 왔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안사구를 파괴시키는 것은 또 있다. 다름 아닌 옹벽의 설치이다. 현재 천리포, 만리포, 백사장, 꽃지, 장곡리 등 태안해안 지역의 대부분의 해수욕장들이 모래사장 뒤 시설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옹벽을 설치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옹벽의 설치는 모래의 흐름을 가로막음으로써 파랑 에너지 등이 완충되지 못하고 그대로 반사되어 해안의 모래가 유실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래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해수욕장에서의 모래 유실이 치명적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옹벽은 계속되는 바다의 파랑 에너지를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는데, 무너진 옹벽은 해수욕장의 미관을 저해하고 관광객들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어서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힐 뿐만 아니라, 옹벽 교체 등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해안의 개발이 정작 그 혜택을 누려야 할 주체인 해안 지역의 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개발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모래사장의 훼손은 그들의 생계 보전 방법 중에 하나였던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었으며, 무절제한 사구의 훼손은 사구 아래 지하수(dune-water)가 고여 있던 자리에 사구의 양이 감소함으로 인해 바닷물이 들어오게 함으로써 마을 우물에서 짠 바닷물이 올라오는 식수문제를 유발했다. 꽃지해수욕장 옆에 있는 동답마을이 그 문제의 대표적인 희생자이다. 인위적인 해안사구의 개발계획은, 그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