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2. 종교철학적 관점에서 ‘예술의 종말’
헤겔의 예술의 종언 명제는 그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헤겔의 사상은 철학이 절대적 진리에 이르는 궁극적인 통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철학적 인식이 지니는 위상을 상대화시켜 버리고자 했던, 당대의 널리 유포된 풍조들에 대한 반격이다.
이러한 풍조의 한편에는 회의주의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진리 그 자체는 우리의 지적 능력에 대해 절대적인 타자이며, 따라서 이성을 통해 결코 밝혀질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철학은 더 이상 ‘모든 학문들 중의 학문’ 내지 ‘학문 바로 그것’, 즉 다른 모든 학문들을 기초 짓는 ‘제일의 학문’ 내지 ‘보편학’이 아니라, 다른 학문들과 아무런 차별성도 없이 동격으로 병렬될 수 있는 일개 분과학에 불과하게 된다. 한편에서는 낭만주의적 경향들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는데, 이러한 경향은 이성성이나 논리성이 아닌, 감각적이고 미적인 심적 상태를 인간 정신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역으로까지 고양시키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절대자는 물론 인간의 정신이 다다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는 오로지 감정이나 직관을 통해서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