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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테리어 적으로 아파트가 풍기는 냄새
영화는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아파트의 전경에서 시작한다. 엉뚱하게도 필자는 이 ꡐ아파트 풀샷ꡑ이 가장 재기 넘쳐 보인다. 오전의 아파트에서 밤의 아파트로 마무리하는 영화는 같은 샷의 변형을 통해-밝음에서 어두움으로, 밝힘에서 감춤으로-깔끔한 정리를 한다.
택시 운전을 하는 용현(김명민)은 504호에 막 이사 했다. 짐을 풀고 자장면을 시켜먹고 살림살이를 손보고 있는 첫날, 그는 전등위 천정이 까맣게 타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소름>의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은 아파트로 대표되는 어두운 실내, 즉 한정된 광원을 이용한 듯 꾸민 실사조명에서 비롯한다. 반대로 카메라가 실외로 나갈 때마다 덜컥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감독은 재개발의 문턱에 서있는 낡은 아파트, 그 안에 살고 있는 지난한 삶들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가는 무언가를 복도에 켜있는 깜빡이는 전등과 창으로 비치는 어두운 햇살로 담아낸다. 인물들은 종종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불쑥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감독은 그 사이를 메우는 상상력의 자리를 관객에게 넘기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흔히 공포영화의 클리쉐 중, 배경은 빠질 수 없다. 등장인물들이 연달아 사라지고 살해되는 장소는 주로 캠프장, 고성, 호텔 등 일상적이지 않는 낯선 곳이다. 주로 신천지에 발을 딛는 인물들의 긴장과 흥분을 두려움의 존재가 공포로 바꾸어가는 수순을 밟는다. 반대로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가족과 집이 공포의 객체 아닌 주체로 나서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안전을 기대하고 바라는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림으로써 배반의 고통을 내세우는 식이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막연한 공포를 느낀 적 없는가. 스위치를 올리고, 가구들만이 지키고 있는 공간이 환하게 켜지기 전까지 두려움의 짧은 간격을 채우는 안도하기를 바라 듯 깜박이며 빛을 찾는 형광등의 소리를 의식한 적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