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고 글을 쓴다. 읽은 지 며칠 되었지만 그 전율과 감동은 아직도 깊이 남아 있다.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줄거리를 간략히 얘기하면, 평범해 보이는 미국 중산층의 평범하지 않은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노인인 아버지는 전직배우출신으로 매우 구두쇠이고 그래서 그 인색함이 가족들에게 미쳐 아내는 마약중독자가 되고(자세한 얘긴 생략, 그러나 남편의 인색함이 미친 영향이 크다.) 첫째아들은 거의 막나가는 사람이고, 둘째는 시골 신문사인가 잡지사의 기자인데 시인이기도 하지만 폐병을 앓아 요양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렇듯 그들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살아간다.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매우 재미있다는 거다.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은 그다지 어둡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작품속의 현실이 가벼워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희곡이다. 소설이 아니다. 그래서 대화와 지문으로 작품이 이뤄져 있다.
몇가지 특징들을 요약해 보겠다. 첫째, 주제는 무겁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법은 부드러우며 재미가 있다. 유머가 녹아있다. 그렇다고 코메디 처럼 노골적으로 웃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서술 태도를 통해서 나는 작가가 현실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는 걸 느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작가들 중에는 작품자체를 어두운 방향으로 끌고 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유진오닐은(다른 작품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현실을 비교적 밝게 보려고 시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째, 작품의 종류가 희곡이여서 그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