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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백지 위에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내게 있어 엄청난 정신적 압박이자 스트레스가 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글로 표현하는 게 뭐 그리 어렵냐며 누군가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내 나름대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나만의 생각을 적절한 표현을 겻들여 한 글자 한 글자 옮기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이 먹어감에 따라 여실히 깨달아 가는 내 자신이 못내 한심하다.
어렸을 적 우리나라 단,중,장편 소설들을 읽어가면서 난 우리나라 소설가들의 무한한 표현력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에 감탄하며, 나도 커서 이렇게 훌륭한 소설가가 되겠노라고,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한 그런 다짐을 하곤 했다. 소설가들이 느끼는 그들만의 엄청난 고충을 그 당시 나로서는 알 턱이 없었다. 물론, 지금의 나도 속된 말로 ‘글쟁이’가 아닌 이상 그들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을 투자하는지 그러면서 어떤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참 놀라운 것은 어쨌든 우리 앞에 보여지는 소설은 완벽하게 틀을 갖추고 있으며,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잠자고 있는 감성을 깨워주는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소설을 읽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만 그 소설가가 한 작품을 완성시키기까지는 몇 개월, 몇 년이 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