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자기 중심적 인식
대체로 작가들의 초기 소설이 그렇듯 현진건의 초기작들에서도 세계를 바라봄에 있어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경향이 농후하게 드러난다.현진건의 초기 소설, 즉 데뷔작인 「희생화」(犧牲花)와 「빈처」(貧妻), 「술 권하는 사회」가 그것이다. 이 작품들에서는 자신의 아픔을 세계의 아픔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나, 세상사의 많은 번민을 혼자서 모두 감당하려는 치기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러한 치기들은 별다른 여과장치를 거치지 않고 작품에 드러나고 있다. 즉, 본격적인 작가로 출발을 결심하고 창작 세계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자연인(自然人) 현진건이 작가 현진건으로 탈바꿈하는 면모가 작품 곳곳에서 눈에 띤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이 젊은 지식인이고, 작품의 내용에는 그들의 상처, 좌절감, 박탈심리 등이 주로 드러난다. 소설 세 편 중에 문사(文士)와 기자가 주동인물인 작품이 「빈처」 「술 권하는 사회」로 두 편이고, 「희생화」는 당시 학생들의 자유연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중 인물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제대로 적응치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현진건이 세계와 불화를 경험하고 있는 시절의 작품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하며 작품이 작가의 의식을 반영한다는 ꡐ리얼리즘ꡑ의 전제를 새삼 확인케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작가 개인에 대한 정보는 작품을 분석하는 데, 그다지 고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 여겨진다. 작가의 자연연령과 작품의 성숙도가 꼭 일치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희생화」의 경우 작품의 미숙하고 거친 면모를 살펴보면 초기작다운 점을 충분히 감지하게 되지만, 「빈처」나 「술 권하는 사회」는 개인의 보상 욕구로서의 글쓰기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