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첫번째 모순은, `유럽연합과 그 회원국들은 공동 외교와 안보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며, 외교와 안보에 관한 모든 영역을 관장한다`라고 유럽이사회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결의했다. 그러나 곧이어 외교의 원칙과 방향 설정에 관해 언급하든 부분에 이르러, 이 조약은 `만장일치로 제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12개 회원국들 중 단 한 국가만이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공동외교정책 채택을 거부할 경우, 공동외교정책은 그 설정과 실현이 완전히 무산되는 것이다. 소위 유럽공동체는 `한 표(에 의한) 벙어리`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외교와 안보 정책은 국가 주권의 핵을 형성하는 첨예한 분야이므로, 비록 위원회가 제안권을 획득했고 유럽의회가 문의권과 심의권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두 분야는 사실상 공동체의 권한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두번째 모순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르면, 모든 회원국들은 `정직과 상호연대 의식 하에서 (유럽)연합의 외교 및 안보 정책에 적극적이며 전적으로 지원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회원국들은 `국제관계에 있어서 (유럽)연합의 응집력에 반하거나 그 효력에 해가 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첨가하고 있다 유럽이사회는 `이 같은 원칙들의 준수`를 감시할 것이란 점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어떤 한 국가의 독자적인 외교정책 결정을 제외하면 그 무엇도 유럽연합의 공동외교정책에 누가 될 만한 요소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걸프전 당시 일찍이 분명한 입장을 취한 프랑스와 영국이 독자적인 결정을 취함으로써 유럽연합의 외교적 응집력에 타격을 입혔던 것인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분리를 주창하며 새로 탄생한 공화국들을 서둘러 인정한 독일의 행동은 유럽연합의 외교적 응집력에 해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유럽의 공동외교정책에 관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내용은 이 같은 질문에 구체적인 회답을 제공해 주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