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것이 이 소설의 끝이다. 독자들은 소설 속의 내가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소설 맨 앞에서 나의 농장에 로센도와 루하네라가 같이 살았던 것을 기억하면 감이 잡힌다. 로센도는 이미 도망갔다. 그렇다면 농장에 켜진 불빛의 주인공, 즉 그밤 나의 칼의 세례를 받은 주인공은 누구겠는가.
내가 알아채린 것은 루하네라가 프란시스꼬 레알을 죽였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그녀가 로센도를 사랑했으니 그 앙가품을 했다는 점에서 적장을 껴안고 함께 물에 뛰어든 논개같은 절개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 속의 `나`는 그녀를 죽인다. 그녀를 죽인 칼은 `순연하고 깨끗한 정의`였음을 강조한다. 그러면 `내`가 그녀를 죽여야 했던 그 정의감, 그 당위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프란시스꼬 레알에 대한 비루한 복수가 문제였다. 그녀는 그 `싸나이`가 싸움을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뒤에서 총을 쏜 격이다. 아니면 잠든 짐승을 죽인 격이다. 정정당당하게 앞에서 맞붙지 아니하고 비겁하게 뒤에서 칼을 들이댄 치한, 치한이 아닌 간악한 여자란 사나이의 세계에서는 더러움이다. 그 `깨끗한` 칼로 정화시켜야 할 무엇이다.
로센도가 우리 앞에서 떵떵거리더니 진짜 사나이 앞에서 쥐새끼 몰골로 달아난 것도 서러운데, 거기에다가 그 여편네까지 더욱 더러운 방법으로 그 건강한 짐승을 뒤에서 찌름은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다. 진정한 용기와 사나이다움을 갈구하는 너와 나에게 이런 참사는 우리 스스로를 두 번 죽이는 치욕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보다 나은 어떤 다른 것을 선망하며 존경하며 산다. 내 속의 `초자아(super-ego)`이건 그것이 형상화되어, 밖에서 어떤 용감하고 위대한 사람을 찾아 그 꼬붕이 되건…위대하고 맑고 아름다운 사나이 형님을 모시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