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시각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좋은 화질의 총천연색 컬러로 된 사진들이 수십 장 나오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효과를 지향하는 수많은 잡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수준을 자랑한다. 만약 매일 누런 종이에 검정 글씨만 보는 고시생이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책을 사야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 책은 안 사고는 못 버틸 정도로 이 책은 시각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사진들이 저자의 의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일 것 같다. 처음 몇 장이야 사진을 보지만 띄엄띄엄 쓰여진 글씨와 함께 그냥 슬렁슬렁 넘어가기 쉬운 무의미한 그림들로 전락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저자가 강요하는 의도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대충 이 정도만 생각해본다면 이 책 역시 그가 비판하고자 했다고 독자에게 강요하는 지극히 상업적인 의도에 의해서 쓰여졌다는 건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저자가 300페이지에 걸쳐서 지루하게 나열한 시시하다고 말한 것들에 자신의 책도 포함된다는 사실은 저자로서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일 것 같다. 제목부터 역설적인 방식을 취함으로써 전달의도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썼지만, 오히려 그러한 전략에 그러한 책 자체가 역공을 받는 모순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처럼 내용도 별거 아니고 지루한 책을 아주 좋은 질의 종이에 컬러판으로 낸다는 것 자체가 시시한 일일 뿐이다. 결국 이 책 역시 저자가 책 속에서 폄하했던 어리석은 자화상인 쓰레기라는 소재와 일맥상통할 것 같다.
실제로 책의 목차만 봐도 저자의 의도가 자신이 비판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목차을 자세히 읽어본다면 일반적으로 흥미도가 높은 소재에서 낮은 소재로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스티커 사진, 신문 간지 광고, 웨이터 광고, 이동 전화기 등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에서 나중에는 운동장 사무실 등의 소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