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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외부에서 채권자, 즉 금융기관이 기업의 이러한 행태를 제대로 견제하는 장치도 었다. 금융기관은 (소유)경영자가 주어진 채무를 이행할 수 없을 경우에는 만기연장 거부나 조기상환 요구, 그리고 경영권의 박탈 등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기관은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 수동적으로 지시에 잘 따르기만 하면 되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투자계획을 심사감독하고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기관을 통제하고 있는 정부는 재벌기업이 도산할 경우 대량실업사태, 관련 중소기업의 연쇄도산, 나아가서 금융시스템이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 등을 염려하여 사실상 “재벌은 망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보장을 해 주고 있었다. 곧 재벌에게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구도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금융기관은 굳이 정부나 정치권의 지시나 청탁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묵시적 보장을 믿고 대출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한편 은행 등 금융기관 또한 재벌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원 아래서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결과 ‘아래쪽 위험(downside risk)’보다는 ‘위쪽 이득(upside gain)’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었다(Corsetti et al. 1998: 2-6; Krugman 1998: 3-4).
결국 한국은 기업에 대해서 자본시장의 규율(discipline), 즉 기업 경영자가 자본의 기회비용을 제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셈이다. 그 결과 재벌기업은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 아래서, 투자계획이 성공하면 그 과실은 대부분 기업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