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다수의 동남아 국가들에게 정치, 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기존 전략구도를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먼저 금융위기는 동남아 각국의 경제구조 개혁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동남아 외환금융위기의 당사국인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IMF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고,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해 긴축재정과 금융정책 그리고 금융산업구조 개혁, 정책의 투명성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는바, 향후 상당기간 저성장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동남아 경제위기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있어서 정권교체라는 중요한 정치변화를 초래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집권세력내 권력투쟁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동남아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정치경제적 파급효과는 그간 동남아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데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ASEAN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내부적 단합을 약화, 상호경쟁을 촉발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동아시아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세계적 차원의 금융위기로 확산되자 최근에는 국제금융질서 재편의 필요성과 국제협력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함께 새로운 방향설정과 관련한 논의가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와 G-7을 비롯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지는 신국제금융질서 개편과정에서 미국, EU, 일본 등 강대국들간 이해관계 조정여부는 아직도 매우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 필요한 바, 특히 역내국가들간 경제통합을 바탕으로 원활한 정책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본격적인 역내협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동아시아국가들에 있어서 지역협력강화는 이러한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