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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에서 여성으로 이론하기
이 글은 `이론의 현재성`을 주제로 99년 봄에 열린 한국비평이론학회 학술대회 발제문에 약간의 수정을 가한 글이다. 발제 청탁을 받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청탁하신 분께서는 이론이 필요하다든가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이론도 이론 나름 아니냐고 반문한 일이 있다. 즉석에서 가볍게 오간 이야기인데다, `이론` 일반에 대한 찬반 논의가 무성한 상황을 염두에 둔 말씀이었겠지만, `이론 일반`을 놓고 가부를 논해서는 별로 생산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어떤 이론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일이 더 중요하며, 나아가 혹은 그보다 앞서 `이론`이라는 것부터가 무슨 정해진 실체가 아닌만큼, 이론화한다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부터 물을 필요가 있겠다. 여기서는 이런 물음을 묻는 한 방편으로, `한국`에서 `여성`으로 `이론`하기에 관해 생각해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런데 한국/여성/이론 중 어느 한 항목도 만만한 것이 없다. 각각 덩치가 클 뿐 아니라 그 실체마저 의심받고 있는 골치아픈 범주들이다. 이 자리에서 무슨 분명한 결론을 내놓을 수는 없고, 각각의 범주와 관련하여 몇몇 전제들을 짚어보는 데 만족하기로 하겠는데, 그 가운데서도 `한국`--`민족`의 범주는 한참 논란의 와중에 있으므로 여기서도 비교적 길게 언급하기로 한다.
세 범주 모두와 관련해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 세 범주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페미니즘 이론의 책무이되, 그렇다고 단순부정하거나 그저 해체하기만 하는 손쉬운 길을 택할 수는 없겠다는 점이다.
가령, 한국이라는 범주와 관련된 민족 개념을 보자. 민족, 혹은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우리한테 이미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