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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은 매우 진기한 여행의 기록이다. 이국의 풍광이나 유적지의 아름다움을 보고 적은 여느 여행기와 다르다. 물론 여행기에 풍광이나 유적지에 대한 묘사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여행기는 그런 외면의 풍광을 즐기는 데 머물지 않고 유럽인의 정신세계의 어떤 단면을 엿보고자 한 기록이다.
그가 순례한 곳은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도원 11곳이다. 유럽의 수도원은 이를테면 동아시아의 사찰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수도원(Monastery)’은 가톨릭뿐 아니라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다른 종교에도 있다. 어느 종교의 수도원이든 수도자들에게 세속적인 가치를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포기해야 할 세속적인 가치란 결국은 사유재산과 가정생활로 요약된다. 가령 베네딕트 수도회의 회칙은 수도자들에게 세 가지 서약을 요구한다. 청빈, 정결, 순명이 그것이다. 청빈서약은 사유재산을 갖지 않겠다는 약속이고, 정결서약은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약속이며, 순명서약은 수도원 공동체 지도자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약속이다. 청빈과 정결을 서약하고 고행과 기도 또는 수양에 정진하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기독교의 수도자나 불교의 수행자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기도와 노동’의 수도원 생활
지은이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아르정탱 수도원이다. 이곳은 베네딕트 수도회에 속한 여자 봉쇄수도원이다. 서기 580년에 처음 세워졌으나 1944년 2차대전 때 폭격으로 파괴당해 건물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